대한성공회 예산성당 2018. 6. 20. 16:49

초등학교때 일이다.

 

어느 날 운동장에 오래된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가을에 낙엽치우기 힘들다고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가 전부였던 시골마을에서 그 나무들은 마을의 한 역사이기도 했다.

 

나무는 학교의 역사와 함께 했고,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 자라왔다.

 

그 아래 그늘에서 아이들이 놀고 운동회를 치뤘다. 

 

동네사람들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잘려나간 나무들을 보며 칭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도세를 문의하러 군청에 가니 도시 재생과라는 부서가 있다.

 

개발이 아닌 재생이라는 것은 일종의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의 반영일 것이다.

 

허허벌판에 세우는 신도시조차도 사람과 자연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물며 사람이 사는 공간을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무조건 철거하고 부수어왔다.

 

그래서 탄생하는 수많은 아파트와 상가들...

 

모든 건물과 골목에는 시간과 함께 해온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이야기 없는 공간은 너무나 삭막하다.

 

건물과 공간에 기억과 재생이란 장치를 부여하는 일에 우리는 너무 미숙하다.

 

아쉽지만 한옥성당도 사라지고 초기 신명유치원도 사라졌다. 

 

약간의 기념 작업을 거쳐 다시 살려내는 일,

 

그 일에 오랫동안 힘써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역사는 기억을 통해 다시 재생된다.

 

 

 

 

1969년 전후에 다시 복구된 예산성당 축복식

(성공회 역사자료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