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약함의 신학

삼순이의 성수

대한성공회 예산성당 2018. 5. 22. 21:55




큰 아이 기저귀 삶던 삼순이 

여러 번 이사에 버릴법도 하건만 

베란다 선반은 항상 너의 집이었다.  

이곳에 빨래 대신 그릇을 넣고 베이킹파우더를 뿌리면

묵은 기름때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벗겨져버린다.  

때묵은 내죄도 네게 바치면

요단강의 세례처럼 깨끗해질 수 있을까

새로 산듯 반짝이는 스뎅 냄비들

매주 반복되는 죄의 고백 

삶은 항상 검게 그을리거나 얼룩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