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계획서 심사로 서울에 올라왔다.
심사가 끝나고 김두승 부제의 집에서 하룻 밤 지내기로 했다.
두승이와는 신대원 시절에 함께 기숙사방을 썼다.
밤이 되면 지난 날들과 앞 날에 대한 이야기로 쉽게 잠들지 못한 날들이 많았다.
살아온 날들의 경험이 나이에 비해 결코 녹록치 않았던 두승이,
개인적 아픔에 더해 신대원 기간중 아버지도 돌아가시는 슬픔도 겪었다.
예산교회 재건은 '대책없는 상상력'의 두 소유자의 결과물이었다.
졸업 후 두승이는 포천 나눔의 집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두승이의 집에서 본 어머니의 성경책,
이 필사성서는 서울대성당에도 전시되어 있다.
고달픈 서울살이, 악세사리를 만들면서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간 성경 책.
어머니는 오랜 시간 성서 구절을 적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아이를 키우던 지나간 시절들도 떠올렸을 것이고, 떠난 남편이 밉다가 그리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성서가 어머니가 드리는 일상의 기도이자, 성사요, 그리스도였다.
이 시각에도 서울 하늘 아래 두승이와 어머니가 살고 있다.
"다비타 어머니,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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