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골교회 서영수 목사님이 다시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
20대 중반에 뇌출혈로 하느님과 인연을 맺더니, 얼마전 친모상을 당하시고 급기야 다시 쓰러지셨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30여년을 살아오셨는데, 앞으로의 삶을 더욱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셨습니다.
예산에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인지라 안타까움이 이루말할 수 없습니다.
서 목사님과의 인연은 예산에서 교회탐방 인턴십을 통해 맺어졌습니다. (안골교회를 가다. http://www.skhyesan.kr/79)
권위없고 소탈하신 목사님의 모습은 일반적인 성직자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교회와 영성에 대한 생각 또한 일반적 범주에서 비켜나있습니다.
서 목사님의 스승은 공동번역에 참여했던 이현주 목사님이십니다.
이곳 안골교회의 전신은 바로 이현주 목사님이 제자들과 세운 공부모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곳은 예당저수지에서도 깊게 들어가있고 농가도 몇 채 되지 않는 곳입니다.
서 목사님은 이곳에서 황토예배당을 짓고 생태영성과 관상적 신앙을 바탕으로 수도자적 목회를 해오셨습니다.
또한 달팽이 미술관에 걸려있던 천재 소녀 화가 채원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통하는게 있나 봅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목사님과 허물없이 지냈고, 성당에도 두번이나 찾아오셔서 기도를 하고 가셨습니다.
저 역시 인턴십 기간 동안 안골교회의 예배와 독서모임을 함께 하며, 성공회 성가들을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안골의 모든 사목은 감신 시절부터 목사님의 오랜 동지로 살아오신 사모님의 몫이 되었습니다.
이 땅에서 참된 제자로 살아가려는 전도자의 삶은 이토록 쓰디 쓴 고통인가 봅니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고통과 진실에 더 깊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내 생각과 계획, 그 어떤 것도 하나님 앞에 완전한 것이 없다는 것을....
"오직 극심한 고통만이 진실을 이끌어 낼 것이다. 오직 그러한 고통 아래에서만 그는 스스로 진실을 발견할 것이다."(C.S 루이스)
저는 기억합니다.
금요일 밤 눈을 감고 침묵하면 예배당안으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을 기억합니다.
인턴십이 끝나는 날, 식탁기도에서 예산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해주신 목사님의 마음을 기억합니다.
하느님과의 더 깊은 관상의 세계로 들어가신 목사님,
귀에 대고 늘 기도의 서문을 열었던 전매특허같은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목사님, 아름다운 밤입니다."
사진 왼쪽이 서영수 목사님
목사님과 사모님, 동기에서 동반자로 살아온 20여년의 시간들
독서모임분들과 함께 한 야외 식사모임
어디서 구한 벙원 복장을 입고 오셨서 웃음을 선사하셨다.
연중주일 복장이라고 놀렸는데 결국 환자복을 입게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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