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기저귀 삶던 삼순이
여러 번 이사에 버릴법도 하건만
베란다 선반은 항상 너의 집이었다.
이곳에 빨래 대신 그릇을 넣고 베이킹파우더를 뿌리면
묵은 기름때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벗겨져버린다.
때묵은 내죄도 네게 바치면
요단강의 세례처럼 깨끗해질 수 있을까
새로 산듯 반짝이는 스뎅 냄비들
매주 반복되는 죄의 고백
삶은 항상 검게 그을리거나 얼룩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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